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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천 트레일러닝] 소릿길-남산제일봉-해인사-상왕봉 30K트런 훈련 2026. 5. 2. 17:10
서론: 침대 밖은 위험하지만 나는 나갔다
인간의 뇌는 참으로 간사하다. 새벽에 들려오는 빗소리를 들으며 내 자아는 "오늘 트레일러닝은 글렀다. 다시 자라"며 달콤한 유혹의 노래를 불렀다. 하지만 비가 그쳤다는 소식을 접하는 순간, 내 몸은 이미 전투복을 챙겨 입고 있었다. 오늘 내가 정복하고 온 데이터는 다음과 같다.
- 장소: 합천 소릿길 - 남산제일봉 - 해인사 - 상왕봉
- 거리: 약 30km (내 다리 체감상 300km)
- 획득 고도: 1,975m (에베레스트가 형님 할 수준)
- 소요 시간: 5시간 8분 (인간의 한계를 시험함)

비 온 뒤의 산길은 마치 덜 익은 푸딩처럼 미끄러울 것이 뻔했지만, 나는 대장경테마파크 주차장에 차를 던져두고 방수 자켓을 갑옷 삼아 출정했다.
요약 사이트 링크 및 gpx 다운로드 : https://korea-trail-runnung.blogspot.com/2026/05/30k-hapcheon-soritgil-trail-running-30k.html
본문: 돌계단과의 영혼 없는 대화
1. 소릿길에서 보급의 성지를 만나다
출발 직후에는 비가 온 덕분에 공기가 거의 산소캔 수준으로 상쾌했다. 운치는 말할 것도 없고, 걱정했던 바닥 상태도 웅덩이 하나 없이 깔끔했다. 역시 하늘은 내 편인 줄 알았다. 해인사 매표소를 지나 돼지골로 진입하기 전, 문명의 이기인 편의점을 발견했다. 여기서 보급을 놓치면 산신령과 하이파이브를 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공포에 휩싸여 철저히 준비를 마쳤다.

가야산 국립공원 안내지도 
여기서 시작 합니다 

비가와서 바닥은 젖었지만 미끄럽진 않아요 
소릿길 계곡 물 소리가 좋습니다 
해인사 매표소 
남산제일봉가는길에 편의점이 있어요 2. 남산제일봉, 계단과의 전쟁
남산제일봉으로 향하는 길은 초반부터 돌길이 나를 반겼다. 내 발목은 "주인님 제발 그만해달라"고 아우성쳤지만, 무시하고 나아갔다. 정상 근처에 도달하니 계단들이 정모를 하고 있었다. 계단을 하나씩 오를 때마다 내 수명이 1분씩 단축되는 기분이었지만, 정상에서 바라본 풍경은 그야말로 일품이었다. 비가 온 뒤라 하늘은 눈이 시릴 정도로 맑았고, 바람은 내 뺨을 사정없이 때리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남산제일봉 가는길 초입 
돌이 젖어 있어 조금 미끄럽 
낙엽도 미끄럽 
이 이정표가 보이면 계단 지옥 
계속 계단 
정상이 코앞 
남산제일봉 정상 
날씨 좋타!!!! 3. 발목의 배신과 해인사의 화려함
하산 길에 잠시 풍경에 취해 정신을 놓은 사이, 발목이 자진 퇴사를 선언하며 살짝 삐끗했다. 하지만 트런 선수는 고통을 즐기는 법. 대충 툭툭 털고 일어나 해인사로 향했다. 마침 석가탄신일 행사 준비가 한창이었는지, 절 내부가 마치 아이돌 콘서트장처럼 화려했다. 잠시 마음의 평화를 얻었으나, 내 앞에는 이제 상왕봉이라는 거대한 숙제가 남아 있었다.

이제 해인사로 

해인사 가는길도 계단이 많아요 
계단 
4. 상왕봉, 바람과의 데스매치
해인사를 통과해 상왕봉으로 올라가는 길은 처음엔 제법 신사적이었다. 완만한 오르막이 이어지길래 "할 만한데?"라는 오만한 생각을 했다. 그러나 정상은 가도 가도 나오지 않았고, 마침내 거대한 암석과 끝을 알 수 없는 계단이 등장했다.
여기서부터는 트레일러닝이 아니라 생존 게임이었다. 계단을 오르는 순간, 강풍이 내 몸을 낚아채려 했다. 몸이 휘청거리는 순간 "아, 여기서 날아가면 뉴스에 나오겠구나" 싶은 공포가 엄습했다. 바람과 사투를 벌이며 한 걸음씩 기어 올라가니, 암석들이 빚어낸 예술적인 광경이 펼쳐졌다. 상왕봉 정상의 바람은 거의 선풍기 100대를 동시에 틀어놓은 위력이었지만, 그 풍경 하나로 모든 고통이 세탁되었다.

해인사에 내려와서 상왕봉 가는길 
이제 시작 
이 계단을 만나면 바람 부는날 강풍 조심 
비온 뒤라 시야가 좋음 

정상석 샤캬!!! 
정상에서의 풍경 
전망이 너무 맛있엉!
결론: 계곡물 아이싱으로 완성한 피날레
정상에서 소중한 에너지젤 하나를 쥐어짜 먹고 하산을 시작했다. 이제 내리막만 남았다는 생각에 마음은 솜사탕처럼 푸근해졌다. 소릿길로 내려와 대장정의 마무리는 계곡물 아이싱으로 장식했다.
발을 담그는 순간, 물이 너무 차가워 발가락들이 단체로 비명을 질렀지만 참아야 했다. 내일의 근육통이 나를 고소하지 않게 하려면 이 정도 고문은 견뎌야 한다. 비 온 뒤 맑은 공기 속에서 30km를 달리고 나니, 내가 인간인지 한 마리의 산양인지 헷갈릴 지경이다.
합천 소릿길과 상왕봉 연계 코스는 무릎과 영혼을 바칠 준비가 된 자들에게 강력 추천한다. 물론, 바람에 날아갈 준비도 함께 해야 할 것이다.

물이 너무 차가워 10초도 못 참고 나온건 안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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